HEALTH COLUMN
녹용은 왜 몸에 좋을까요
2026년 07월 24일
강진규 원장
녹용은 왜 몸에 좋을까요
녹용은 제가 먼저 권하지 않아도 찾아 드시는 분이 많은 약재입니다. 한약재 가운데 이만큼 이름이 알려진 것도 드물지요. 그런데 간혹 이렇게 물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녹용이 그렇게 좋다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건가요?"
짧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녹용은 한창 자라나는 중인 조직을 그대로 약으로 쓰는, 흔치 않은 약재입니다. 다 자란 것을 거두어 쓰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한가운데를 잘라 쓰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안에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재료와 신호들이 한꺼번에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녹용을 열어보면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먼저 녹용이 어떤 상태의 조직인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우리가 약으로 쓰는 녹용은 이미 굳어 딱딱해진 뿔이 아닙니다. 봄에 새로 올라와 아직 뼈로 굳지 않은, 벨벳 같은 피부에 덮인 채 혈관이 가득 지나가는 자라는 중인 뿔입니다. 가을이 되어 완전히 골화되면 그것은 더 이상 녹용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같은 사슴의 같은 뿔이라도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녹용의 성분 목록은 다 자란 뼈나 뿔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집니다.
강글리오사이드(ganglioside) — 원래 뇌와 신경세포의 막을 이루는 지질 성분입니다. 신경 조직이 발달하고 신호를 주고받는 데 관여합니다. 녹용에서 이 성분의 화학 구조가 분석되어 있습니다.
성장인자 — IGF-1, IGF-2, EGF처럼 조직이 자라고 아무는 과정에 관여하는 인자들이 확인됩니다. 뿔이 몇 달 만에 수십 센티미터를 자라야 하니, 그 안에 성장 신호가 밀도 높게 들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누클레오사이드(nucleoside) — 아데노신, 이노신 같은 성분입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쓰고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위에 따라 함량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에서 뿔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누클레오사이드 총 함량이 높아졌고, 그 부위를 먹인 쥐가 헤엄친 시간도 같은 순서로 길어졌습니다. 뿔 끝의 부드러운 부위인 분골(粉骨)을 예로부터 더 귀하게 쳐 온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셈입니다.
콜라겐성 펩타이드·아미노산·미네랄 — 조직을 이루는 기본 재료들입니다. 칼슘·인 같은 무기질과 함께 뼈와 연골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성분들이 풍부합니다.
이 성분들을 묶어 '판토크린(pantocrin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은 어떤 단일 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녹용에서 뽑아낸 유효 성분들의 복합 분획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습니다. 녹용의 힘을 설명해 주는 마법의 성분 하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녹용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목록만으로는 녹용이 왜 그렇게 오래 귀하게 쓰였는지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인자나 아미노산 자체는 다른 데서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선을 성분에서 조금 넓혀, 이 뿔이 대체 어떤 기관인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유류는 다 자라고 나면 잃어버린 기관을 다시 만들어 내는 능력을 거의 잃습니다. 도마뱀은 꼬리를 다시 만들지만 우리 몸은 그러지 못합니다. 상처가 나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대신 흉터로 덮어 마무리하지요.
그런데 딱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사슴의 뿔입니다.
사슴뿔은 포유류의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해마다 통째로 다시 자라납니다. 겨울에 떨어져 나가고, 봄이 되면 머리뼈에 남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새로 올라옵니다. 몇 달 만에 뼈와 혈관과 피부가 함께 만들어집니다. 학계에서는 이것을 완전한 재생(epimorphic regeneration)이라 부릅니다. 다치면 흉터로 막고 마는 우리 몸을 생각하면, 이것은 대단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뿔이 자라는 동안, 사슴의 몸 전체가 달라집니다
최근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뿔이 올라올 때는 머리 피부가 크게 찢어집니다. 뿔이 피부를 뚫고 나오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큰 상처가 흉터 없이 아뭅니다. 털이 나는 자리와 피부의 부속 기관까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처음에는 뿔이 자라는 자리에 있는 특별한 세포들 덕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세포를 없애고 보아도 피부는 여전히 잘 아물었습니다. 원인이 그 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사슴 이마에 같은 크기의 상처를 두 시기에 나누어 내고 지켜보았습니다. 뿔이 한창 자라는 봄여름, 그리고 뿔이 자라지 않는 겨울입니다. 결과는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뿔이 자라는 시기에 생긴 상처는 흉터 없이 원래 피부로 돌아갔고, 뿔이 자라지 않는 시기에 생긴 상처는 아물기는 하되 흉터를 남겼습니다.
같은 사슴, 같은 상처인데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랐습니다. 이어서 연구진이 뿔이 자라는 시기의 사슴 혈액을 쥐의 상처에 적용해 보았더니, 쥐의 상처도 더 빠르고 온전하게 아물었습니다. 혈액 성분을 비교하니 그 시기에 IGF-1, PRG4처럼 회복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뚜렷하게 높아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녹용을 이렇게 봅니다
먼저 선을 하나 긋겠습니다. 위 연구는 사슴의 혈액을 상처에 직접 적용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녹용을 달여 드셨을 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녹용을 드시면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식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여기까지가 밝혀진 사실이고, 지금부터는 저희의 해석입니다.
저희가 이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회복이 어느 한 곳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뿔이 자라는 동안 사슴의 몸은 뿔만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자리의 상처까지 다르게 아물었습니다. 몸의 한 부분이 아니라 몸 전체가 회복하는 상태로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한의학이 오래도록 해 온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픈 자리만 들여다보는 대신, 그 사람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먼저 봅니다. 기력이 바닥나 있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를 얹어도 회복이 더디고, 반대로 몸이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같은 치료에도 훨씬 잘 따라옵니다. 진료실에서 매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녹용을 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녹용이 어느 한 곳을 고쳐 주기 때문이 아니라, 몸 전체를 회복할 수 있는 상태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녹용 추출물을 투여한 동물에서 근수축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높아지고 지구력이 좋아졌다는 실험 결과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들은 아직 동물에서 확인된 것이고, 사람에서 같은 크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더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녹용이 근육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녹용은 바닥난 기력과 회복력을 끌어올려, 몸이 스스로 회복할 여력을 되찾도록 돕는 약입니다.
옛 의서가 녹용을 상품(上品)에 올린 이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본초 전문서인 《신농본초경》은 약물을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눕니다. 녹용은 그중 상품(上品)에 듭니다. 독이 없어 오래 복용할 수 있고 몸을 보하는 약으로, 인삼이나 감초와 같은 반열입니다.
《동의보감》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녹용을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달며[甘] 독이 없는 약으로 적고, 원양을 보하고(補元陽) 기혈을 채우며(補氣血) 정수를 더하고(益精髓) 근골을 튼튼히 한다(强筋骨)고 기록합니다. 몸이 축나 기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 곧 허로(虛勞)를 다스리는 대표적인 약재로 꼽았습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성장인자나 세포를 알았을 리는 없습니다. 다만 해마다 새로 돋아나는 뿔을 보며 거기 담긴 힘을 알아보았고, 그것을 몸이 상한 사람에게 쓰는 방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 왔습니다. 옛 기록과 오늘의 연구가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저는 늘 인상 깊습니다.
좋은 약일수록, 놓는 자리를 봅니다
녹용이 좋은 약이라는 것과, 아무 때나 넣으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좋은 약일수록 자리를 봅니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몸이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봅니다. 온몸에 힘이 없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가슴 두근거림이 목까지 올라와 기침이 날 정도인 분이 계십니다. 기력이 바닥이니 얼핏 녹용이 급해 보입니다. 하지만 열이 뜨고 심장이 뛰는 국면에서는 녹용처럼 따뜻하게 보하는 약을 바로 얹지 않습니다. 몸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 두근거림과 열을 가라앉히는 약으로 길을 낸 다음, 몸이 받을 상태가 되었을 때 녹용을 씁니다. 한의학에서 떠 있는 것을 먼저 걷어내고 나서 보한다고 하는 원칙이 바로 이것입니다.
둘째, 대상에 맞춰 배치를 바꿉니다. 산후처럼 기혈이 크게 상해 회복이 시급한 때에는, 그 시점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처방을 먼저 세우고 거기에 녹용을 더해 회복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수험생처럼 아직 어린 몸인데도 잠과 운동이 부족해 기력과 집중력이 함께 떨어진 경우에는, 체력 보강과 집중력을 같이 겨냥해 한약과 녹용을 맞물립니다. 다만 이때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녹용을 바로 올리지 않습니다. 먼저 스트레스와 수면의 질을 다스리는 약으로 2주쯤 바탕을 고른 뒤에 녹용을 얹습니다.

간혹 기혈이 상해 보약이 꼭 필요한 분께서 "녹용은 빼고 지어주세요" 하실 때가 있습니다. 녹용 없이도 좋은 처방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렇게 지어 드립니다. 다만 그런 날에는, 녹용을 더했더라면 회복이 한결 수월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남습니다. 이미 녹용이 좋다는 걸 알고 오시는 분이 많은 만큼, 제가 할 일은 그 좋은 약이 헛되이 흩어지지 않도록 가장 잘 듣는 자리를 찾아드리는 것입니다.
원래 아픈 몸은 없습니다.
건강의 뿌리가 되는 한의원, 세종대왕한의원이 함께하겠습니다.해마다 다시 자라는 힘이, 지친 몸에도 닿기를 바랍니다.
참고
-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 현존 最古의 본초서. 약물을 상·중·하 3품으로 나누며, 녹용을 독이 없고 몸을 보하는 상품(上品)으로 분류
- 《동의보감(東醫寶鑑)》 — 녹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원양을 보하고(補元陽) 기혈을 채우며(補氣血) 정수를 더하고(益精髓) 근골을 튼튼히 한다(强筋骨)고 기록
- Guo Q, Zhang G, Ren J, Li J, Wang Z, Ba H, Ye Z, Wang Y, Zheng J, Li C (2025). 뿔 성장기의 전신 인자가 완전한 상처 회복을 촉진 — 꽃사슴에서 뿔 성장기에 만든 상처만 흉터 없이 재생되었고, 해당 시기 혈장을 쥐 상처에 적용하자 회복이 촉진됨. 비교 프로테오믹스에서 PRG4와 IGF-1이 후보 인자로 확인 (동물 실험). npj Regenerative Medicine, 10(1):4. DOI: 10.1038/s41536-025-00391-5
- Wang W, Guo Q, Li C (2025). 녹용의 완전한 재생에는 국소 인자와 전신 인자가 모두 필요하며, 일반적인 피부 재생성 치유에는 전신 인자가 관여함을 구분해 확인 (동물 실험). Cell Regeneration, 14:24. DOI: 10.1186/s13619-025-00233-1
- Chen JC, Hsiang CY, Lin YC, Ho TY (2014). 녹용 추출물이 골격근에서 근력 관련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켜 피로를 개선 (동물 실험).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4:540580. DOI: 10.1155/2014/540580
- Zhang P, Guo Z, Ma L, Wang G, Zhao Y (2020). 붉은사슴·꽃사슴 녹용의 부위별 여덟 가지 누클레오사이드 함량과 항피로 효과 — 아래쪽에서 위쪽 부위로 갈수록 생쥐의 유영 시간이 늘었고 누클레오사이드 총 함량 변화와 일치 (동물 실험). Chemistry & Biodiversity, 17(2):e1900512. DOI: 10.1002/cbdv.2019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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